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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제목: 백두산에서 만난 들꽃 이야기(1) - 안도현과 신합습지
이름: 저녁노을 * http://blog.daum.net/namsanphoto


등록일: 2015-06-26 08:34
조회수: 1962 / 추천수: 98





2015년 6월 10일

MERS라는 바이러스 때문에 전국이 시끌벅쩍 하던 시기에 우리들은 MERS를 피해 백두산 야생화 촬영을 떠났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항공기가 연길공항에 착륙했는데도 탑승자 전원이 내리지 못하고 긴 시간 동안 기내에서 대기한 채 마스크 쓴 방역요원의 점검을 받아야만 했다. 형식적으로 둘러보고만 갔을 뿐이지만 MERS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한국 입국자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가 심했고 열감지 카메라를 통과할 때도 3번이나 왕복을 하였다. 등에 맨 카메라 배낭을 벗고서야 간신히 통과가 가능하였는데 아마도 배낭을 맨 채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등에 열이 조금 났었던 것 같다.

수속이 끝나고 다음 비행기로 들어오는 연구원과 합류를 하여 공항에서 1시간 정도 차로 달려 안도현에 있는 풍산촌의 나즈막한 야산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털개불알꽃과 산작약을 찾아 촬영을 하게 되는데 털개불알꽃을 먼저 발견한 누군가가 환호성을 지르면서 풀밭에 덥석 엎어져 카메라부터 들이댄다. 누구 하나 찾아주는 이 없어도 들꽃은 피고 진다지만 모처럼 사람들의 따뜻한 눈길을 받는 꽃들... 더위에 지쳐있던 숲 속이 순간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 같다.



[털개불알꽃]

식물학자 박만규(朴萬奎, 1906~1977년)의 글에 따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꽃은 처음 본 사람이 그 느낌으로 무어라 불러주면 그것이 곧 그 꽃의 이름이 된다. 제비처럼 날렵하니 제비꽃, 씹어보아 쓰다고 씀바귀, 물가에서 자란다고 물쑥. 이 모두가 우리네 조상들이 지어서 불러내려온 이름들이다. 그러나 이처럼 꾸밈없고 멋진 이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듣기만 해도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는 엉큼한 이름도 많다. 난초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로서 붉은 꽃이 한 개씩 늘어져 피는 꽃을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개부랄꽃이라고 이름 지어놓았다. 꽃의 모양에서 딴 이름인 듯하나 부르기가 몹시 난처한 이름이라 나는 요강꽃이라고 바꾸어놓았다. 광릉 부근에서 나는 더덕의 한 종류인 소경부랄도 이와 비슷하게 점잖지 않은 이름이다. 이처럼 욕하듯이 불러야 하는 이름이 식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말조개라고 부르는 조개의 본디 이름은 말씹조개였다. 이 조개의 이름은 경성고등학교 생물 교과서를 만들면서 지금의 말조개로 고쳐 실었다. 일본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만든 이름 가운데는 끈끈이주걱이니 며느리밑씻개니 하는 이름도 있다. 며느리밑씻개는 마디풀과에 딸린 한해살이풀로서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이다. 이 풀의 일본 이름은 의붓자식밑씻개인데 풀의 모양이 예쁘지 않고 잎과 줄기에 잔 가시가 많아 껄끄러우므로 의붓자식처럼 미운 것의 밑이나 닦았으면 좋겠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의붓자식이 미운 만큼 며느리도 미우니 우리나라에서는 며느리밑씻개가 되었다."
(뿌리깊은나무 1976년 5월호 '개부랄꽃은 요강꽃으로 고치고'에서 발췌)



[털개불알꽃]

이처럼 <개불알꽃>은 말 그대로 개의 불알 같은 꽃을 달고 있는 난초과의 야생식물이다. 요즈음은 꽃이름을 부르기 불편하다고 <복주머니란>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본래의 이름이 더 정감이 가고 좋다.  개불알꽃 중에서 아주 귀한 꽃이 있는데 바로 <털개불알꽃>이다. 개불알꽃보다 꽃이 아주 작고 화려한 무늬와 꽃과 줄기에 털이 보송보송 돋아 있다. 우리나라에선 함백산과 덕유산에서 자생하고 있지만 모두 높다란 철조망 울타리 속에서 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하여 보호되고 있어서 사진 촬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산작약]

털개불알꽃을 촬영하고 있는데 바로 곁에서 산작약도 있다고 하여 고개를 돌려보니 아직 꽃잎은 열지 않은 상태였지만 붉은 꽃몽오리가 새색시처럼 무척 이쁘다. 우리나라에도 산작약이 있긴 하지만 난생 처음으로 이곳에서 산작약을 보게 된 것이다. 털개불알꽃과 산작약 촬영을 마친 후 길가에 모여앉아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또 1시간을 차로 이동하여 신합습지에 도착하였다. 신합습지는 소와 말을 방목하여 키우는 곳이라 그들의 배설물이 습지에 녹아들어 식물들이 자라기 더 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다. 2년 전에는 그냥 허허벌판의 습지였는데 그 사이 엉성하지만 울타리를 만들어 놓아서 월담을 하여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산부채와 제비붓꽃을 보기 위해서다. 산부채(학명 : Calla palustris)는 천남성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땅속줄기의 마디에서 잔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우리나라에선 만날 수 없는 븍방계 식물이라 백두산 자락의 습지로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끝없는 자작나무 숲과 고목이 넘어지고 썩어가는 있는 숲 속의 작은 웅덩이 혹은 넓게 펼쳐진 습지의 물 속에서 자라고 있는 습지식물이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개발되었는데 학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 주위의 화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라(Calla)가 바로 그것이다.



[산부채]

제비붓꽃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붓꽃과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함께 동행한 동북아식물연구회 연구원에게 물어봐도 왜 제비붓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가까이 다가가서 렌즈를 들이대고 자세히 보니 긴 꽃잎 위로 날개같은 모습의 작은 꽃잎이 보였다. 어쩌면 이 꽃잎이 제비꼬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여기 신합습지는 소와 말을 방목하여 키우고 있기 때문에 꽃만 쳐다보면서 무심코 발을 디디다간 깊은 물 웅덩이에 빠지거나 소나 말이 만들어 놓은 커다란 지뢰(?)를 밟게 되는 낭패를 당하게 된다.



[제비붓꽃]

가는잎별꽃과 벼룩나물아재비, 그리고 잎사귀가 버들잎을 닮은 버들까지수영까지 촬영을 마무리하고 숙소가 있는 이도백하로 향했다. 신합습지에서 차로 약 2시간을 달려 이도백하에 도착하였다. 이도백하는 백두산을 오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잠시 거쳐가는 작은 마을이다. 천지(天池)에서 발원한 백두산 물(白河)은 중국 지린(吉林)성 이도백하(二道白河)에 이르러 두 갈래로 나뉜다. 쑹화(松花) 강 상류인 두 지류가 이곳에서 나눠진다고 해 이름 붙여진 이도(二道)는 최고의 수자원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길 건너편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먹던 음식처럼 입에 잘 맞았고 맥주와 고려촌의 향긋한 술맛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백두산 야생화 촬영의 첫 날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버들까치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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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새/황영지
풍산촌에서 만난 꽃중에 "꽃쥐손이"도 우리나라 꽃쥐손이와 다른 보라색이였어요.ㅎㅎ
아마도 저녁노을님께서 털개불알꽃에 정신이 팔려서 촬영을 놓친 듯합니다.ㅎㅎ

식물학자 박만규님의 해박한 지식에 저녁노을님의 생각까지 더하니
이야기가 점점 재미 있어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쭉~~백두산 들꽃이야기 기대합니다 ㅎㅎ
2015-06-26
11:32:56
저녁노을
백두산 들꽃 촬영하면서 놓친 꽃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색다란 꽃을 보았으면 좀 이야기도 해주면서 같이 찍자고 했어야지
지금와서 어디에 정신이 팔려서~ 라면서 말을 꺼내면 우짜라꼬요.

2년 전에 백두산을 다녀와서 글을 적지 못해 무지 후화를 하였더랬어요.
글이라는 것이 뜨거울 때 적어야 하는데 그 땐 시기를 놓치고나니 못적겠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제 자신을 위해서 글을 적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서 적다보니 이제 겨우70% 정도 완성을 하였답니다.
모두 마무리 하고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덜컥 올려놓아야
빨리 끝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아서...정리되는대로 하루에 하나씩은 올리도록 할께요.ㅎㅎ
2015-06-26
11:47:13
미지공
메르스 땀시 입국절차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군요.
70 프로를 완성하시고 겨우 라니요.
공인 시작도 않했는데요. 생각은 굴뚝 같은데 글 쓰기가 좀 귀찮을 때가 종종 있어서 ㅋㅋ
맞아요. 뜨거울 때..바로 열정이 있을 때..또, 멋모르고 써대던 지난날엔 하루에도 수 편을 쓰곤 했는데 말입니당~
백두 그 뜨거운 열정의 열매 또 기다려집니다.
2015-06-26
14:41:22
한섬
항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살아가시는 저녁노을님,
그래서 공항에서도 열감지카메라에 걸리신건 아닐까요? ㅎㅎ
2015-06-30
11:12:03
들꽃향기
어머나~~
자연과 어울려 지내며 컴과 멀어지다보니
이런 좋은 글이 있는 줄을 몰랐네요
백두산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려지네요
많은 꽃들의 이름도
저녁노을님의 글을 보면서
다시금 매치시켜 보게 되네요
열정~~~~~잘 읽을게요*^^*
2015-07-07
04:08:43
네모
이제서야 찬찬히 글을 읽습니다.
두번째 백두산 여행은 출발전부터 꼼꼼히 챙겨주셔서 더할 나위없이 좋았었는데,
이렇게 세세하게 후기로 남겨주시니 더욱 멋지네요.
많은 자료조사에 긴 글을 쓰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모아서 후일 책을 하나 내시면 어떨까요? ㅎㅎ
2015-07-08
13:09:27
이장한
정리하는데에 도움이 큼니다
감사히 잃어 봅니다요
2015-07-09
10: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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