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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제목: 백두산에서 만난 들꽃 이야기(5) - 백두산 남파에서 만난 들꽃
이름: 저녁노을 * http://blog.daum.net/namsanphoto


등록일: 2015-06-30 17:22
조회수: 2152 / 추천수: 92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가솔송, 긴털바람꽃, 두메자운, 홍월귤]



[가솔송]

2015년 6월 12일

노랑만병초와 담자리참꽃나무들 사이에 붉게 피어있는 가솔송을 만났다. 백두산에 피어있는 수많은 야생화 중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꽃이 바로 <가솔송>이었다. 어쩌면 가솔송이 보고 싶어 또 다시 백두산으로 찾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솔송은 야생화라기 보다는 나무로 분류되는 식물로 진달래과에 속하는 상록 소관목으로 밑동이 옆으로 누우며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편이다. 솔잎 같은 잎이 가지에 빽빽이 나고 7-8mm 크기의 자홍색 꽃은 가지 끝에 2~6개 정도씩 달린다. 백두산 정상 근처에 자라기 때문에 키가 10cm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나무다. 아마도 세찬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자연에 순응하기 위해 그렇게 자신을 낮추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잎 같은 가느다란 초록 잎사귀가 예쁘고 마치 어린애가 뽀뽀라도 하려는 듯 입술을 삐쭉 내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운 꽃이다. 2년 전 첫 백두산 야생화 탐사 때에는 꽃피는 시기를 맞추지 못하여 가솔송을 구경도 못하고 왔었는데 이번에는 비바람을 맞으며 피어있는 아이지만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웠고 꽃을 촬영할 때 잠시나마 비가 그쳐줘서 또 고마웠다. 가솔송 역시 북한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꽃이다.



[가솔송]

네가 가는 길에는
냉기 어린 바람이 잘날 없었지
예측할 수 없는 운무만이
끝없는 동행이었지
너에게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고
나는 그 길을 찾을 수도 없었다
어깨 움츠려 지낸 긴긴 겨울이
꽃을 아름답게 피워 낸다는 사실도
입을 열 수도 없는 추위가
뿌리를 든든하게 내리게 한다는 현실도
다리 절룩거리며 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하루 종일 걷고 난 뒤에도 몰랐다
너를 떠나보내고 밤새도록 뒤척이면서도 몰랐다
키가 낮아서 더 아름답고
고개를 숙여 더 귀여운 모습으로
네가 돌아왔을 때
나는 겨우 알았다


[詩 ; 김윤현의 가솔송]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시가 하나 있다. 김윤현의 ‘가솔송’이라는 詩다. 비바람이 부는 날 백두산에서 만난 가솔송은 김윤현 시인이 처음 가솔송을 만나고 느꼈던 바로 그 마음과 똑 같았던 것이다. 바람 잘 날 없는 그 곳에서 그리움을 위로해주는 것은 바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산허리를 감고 도는 바람과 운무였을 것이다. 살짝 안아주면서 살포시 입을 맞춰주고 싶다. 가솔송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사진으로 담고 싶어서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모델을 찾으며 정신 없이 촬영을 하고 있는데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며 얼른 올라오라는 소리가 저 위에서 들렸다. 이곳에서 가솔송을 좀 더 찍고 싶었지만 다른 일행들 때문에 나 혼자 욕심을 부릴 수만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내년에 또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하며 차에 올랐다.



[가솔송]

차에 올라타니 모두들 점심으로 준비한 컵라면과 아침에 만든 주먹밥을 먹고 있었다. 컵라면의 따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차가운 몸이 녹는 듯 하였다. 그리고 다시 차로 이동하여 다음 장소로 도착하니 하늘도 조금 더 맑아졌고 그곳에는 좀 더 다양한 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랑만병초와 담자리참꽃도 있었지만 그 꽃들 틈 사이에 고산봄맞이, 긴털바람꽃, 개감채, 두메자운, 홍월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고산봄맞이]

언뜻 꽃마리 같이 생긴 작은 꽃이 보인다.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고산봄맞이> 이다. 높은 산의 산허리 건조한 곳에서 높이 약 7cm 정도의 크기로 자라며 뿌리줄기가 뻗어 새로운 포기를 만들면서 번식을 한다. 줄기가 갈라진 끝에 잎이 돌려나며 어릴 때는 풀 전체에 흰 털이 많다. 6∼7월에 지름 5∼6mm의 하얀색 꽃이 핀다.

<두메자운>은 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2cm 정도로 자란다. 작은 키에 굵은 뿌리를 내려서 고산의 추위와 바람을 견뎌내고 있다. 자운(紫雲)이라는 말은 자주색으로 무리지어 피는 모습이 마치 구름같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자운영처럼 군락으로 피는 꽃일텐데 아직 꽃이 활짝 필 시기가 이른 때문이지 여기 저기 한두 송이씩만 보인다.  



[개감채]

<개감채>는 높은 산의 암석지대에서 자라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7~20cm정도 되고 꽃은 1cm 정도로 작다.  풀꽃 중에서 한반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꽃이라서 그런지 두메무릇이라는 아름다운 이름도 갖고 있다. 아직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높은 산에서 나무도 살아가기 버거운 세찬 비바람을 견뎌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백합꽃을 닮은 개감채는 가냘프지만 부드러운 줄기를 바람결에 맡기고 누웠다가 일어나기를 수백 번 반복하면서 자신을 의지와 한계를 극복하면서 수백 년, 수천 년을 살아왔고 또 앞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홍월귤]

<홍월귤(紅越橘)>, 역시 진달래과의 낙엽 소관목으로 땅속줄기가 땅속으로 뻗으면서 줄기가 군데군데 나와 10cm 내외로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꽃의 모양은 장지석남 같기도 하고 잔털이 없는 가솔송 같이 입술을 삐쭉 내민  귀여운 모습으로 5∼6월에 피는데 푸른빛이 도는 연한 황색이며 줄기 끝에 2∼3개씩 달린다. 꽃받침은 4∼5개로 갈라지고 화관은 단지처럼 생겼으며 수술대에 털이 있다. 열매는 둥글고 지름 9∼13mm이며 8∼9월에 적색 익으며 달면서 신맛이 있다. 한국의 설악산과 백두산을 거쳐 중국, 북아메리카에 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자란다고 한다.



[설앵초]

그곳에서 아래로 천천히 걸어 내려오니 대암산 용늪에서 한번 보았던 <비로용담>도 가끔 풀더미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앞서 가던 일행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보니 <긴털바람꽃(조선바람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고 군데군데 <설앵초>가 분홍빛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마치 몇 년 전에 설앵초를 보러 찾아갔던 한라산 노루샘 근처에 있는 습지처럼 포근하고 낯익은 풍경이다. 우리나라 남쪽 끝자락의 높은 산에서 만났던 바로 그 꽃을 북쪽의 끝자락 백두산에서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갑고 뜨거운 가슴이 벅차 올랐다.



[긴털바람꽃/조선바람꽃]

긴털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줄기에 털이 빼곡히 있어서 긴털바람꽃이라고 하며 바람꽃 종류 중에서 조금 투박하게 생겼으며 설악에서 자라는 바람꽃과 비슷하게 생겼다. 백두산 남쪽 기슭에서만 자라는 이 바람꽃은 2008년 북한식물학자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북한에서는 조선바람꽃으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꽃은 한줄기에 3-4 송이가 달려 있다.



[긴털바람꽃/조선바람꽃]

맑아오던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면서 음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금새라도 빗줄기가 한바탕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다. 얼른 촬영을 끝내고 차로 가야 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짧은 시간에 카메라가 빗물에 흠뻑 젖어 버린다. 빗줄기를 넣어 꽃을 찍어볼려고 시도했지만 더 이상 촬영은 어려울 것 같아 차로 향해 달려갔다. 금새 그칠 비가 아닌 것 같다. 결국 이렇게 오늘의 촬영은 마무리를 해야만 하는 걸까? 시계를 보니 아제 겨우 2시 30분이다. 산장까지 내려가서 차를 갈아타고 이도백하까지 이동할려면 그렇게 이른 시간은 아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빗방울은 굵은 우박으로 돌변하여 타악기 처럼 차창을 후두둑 후두둑 두들기고 있다. 그렇다고 아쉬울 것은 없다. 비록 짖궂은 날씨 때문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쨍한 사진만 있어도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비바람과 운해 속에서 담은 꽃사진도 있고 파란 하늘 아래에서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도 담을 수가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올해 못 본 것은 내년에 또 다시 찾아오면 될 것이고 내년에도 보지 못한다면 또 다시 찾아오게 될 것이다. 산장에 도착하여 짐을 챙겨 싣고 3시 30분에 이도백하로 출발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 하루의 일정이 피곤했는지 모두들 눈을 감고 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에 저장해두었던 조용한 음악을 하나 골랐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4번이다. 미샤 마이스키의 부드러운 첼로 음률과 아르헤리치가 두드리는 피아노 소리가 차창 밖을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과 어우러져 꿈결처럼 감미롭게 들려온다.



[긴털바람꽃/조선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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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공
노을님의 가솔송 사랑 그 지극함이 전해져 옵니다.
백두의 꽃들을 보며 잠자리가 바뀌면 날밤을 새우는, 집밥이 아니면 잘 먹지도 못하고 가리는 식성이,
사진을 하면서 많이 보강된 체력이지만 아직도 먼 여행길은 두렵기만한, 공이는 그저 부러움과 끝없이 도전하는 그 열정들에 박수를 보냅니다.
세밀하게 전해주시는 순간순간의 기록들도 감사드리구요.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기도 하네요.
2015-07-01
18:05:22
작은새/황영지
김윤현님의 가솔송이란 글도 넘 좋네요.
가솔송을 만나기위해...우리가 행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위로가되니...ㅎㅎㅎ
그래도 그렇죠?
가솔송님을 옆에 두고 가솔송을 찍어...인증샷을 해야했는데...ㅎㅎㅎ
2015-07-01
18:31:01
한섬
야생화에는 분단도 없고 국경도 없으니...
저녁노을님의 해박한 야생화지식과 나라사랑에 감탄합니다
2015-07-02
06:22:00
들꽃향기
하나하나 곁들인 설명과 꽃이름
덤벙덤벙 찍고 내려 온 저에게는
다시금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어서
행복하네요~~ㅎ
2015-07-07
04:38:07
네모
가솔송을 예쁘게도 담아 오셨네요.
꼼꼼히 챙겨오신 덕분으로 좋은 공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2015-08-01
09: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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