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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향기


제목: 첫눈 오는 그날의 오늘
이름: 박종영 * http://cafe.daum.net/mpok113


등록일: 2019-01-12 08:38
조회수: 85 / 추천수: 18



    첫눈 오는 그날의 오늘

    -박종영

    고무신 발자국이 묻힐 만큼
    가늘게 나부끼며 올겨울 처음으로 내리는 눈발,
    좁은 골목에 들어서니 앞서간
    아들놈의 발자국 신발 치수가
    작년보다 더 자랐네.

    시린 손 호호 불며 저녁밥 지으려
    찬물에 보리쌀 씻는
    가여운 아내의 연둣빛 얼굴에
    흩날리는 포실한 눈발
    어쩜 저리 하얀 것들이 고실고실한 쌀이었으면,

    순례자이듯, 답청하듯 가만가만
    눈꽃 그 미량의 무거움을 발걸음은 알기나 할까
    눈이 내리니 눈앞이 흐려지고,
    모진 세월이 훔쳐 간 가난한 반쪽의 가슴에는
    하얀 눈이 사각사각 녹아내려
    메마른 눈가를 적시며 함께 울어주는데,

    유독 빠르게 깊어 가는 겨울밤,
    썰렁한 아랫목에 묻어둔 한 그릇 보리밥을
    따스하게 지키며 기다리는 첫눈 같은 하얀 아내의 마음,

    소소한 그 시절이 눈물처럼 그리워지는 그 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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